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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진해의 ‘웅산’

경상남도 진해의 '웅산'

경상남도 진해의 ‘웅산’
경상남도 진해의 ‘웅산’
대지를 달구는 태양은 날로 높아지고 계곡을 흐르는 물빛에 생기가 넘친다. 낮은 산이 그리워지는 계절 봄이다. 이 때쯤 남녘의 야트막한 산자락은 선홍빛 진달래로 붉게 물든다. 아주 잠깐, 세상에 얼굴을 드러낼 수 있는 꽃의 융단. 이 시한부 축제는 부지런한 산꾼들에게만 허락된 봄의 축복이다.

▲ 진달래가 만개한 웅산 오름길을 걷고 있다고 하는 등산객들. 진해 군항제가 막 끝난 4월 둘째 주 월요일. 진달래꽃이 핀다는 소식을 접하고 서둘러 길을 떠났다. 고속도로 주변의 야산에는 이미 진달래가 만개한 상태. 그렇지만 멀리 볼 수 있는 높은 산에는 아직도 희끗한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잔인한 달, 4월이다.

이번에 찾은 진달래 코스는 창원과 진해시의 경계를 이룬 웅산(熊山·703m) 능선. 이 산은 창원과 진해 시민들에게는 친근한 ‘꽃산’이지만, 다른 지역에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코스는 이 산 서쪽의 안민고개에서 시작해 정상에 오른 뒤 남쪽의 천자봉(天子峰·503m)을 거쳐 대발령으로 이어지게 되는다. 이 구간은 진해시가 산불예방기간에도 산행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웅산은 지리산 영신봉(1,651.9m)에서 김해 동신어산(459.6m)까지 이어져 버린 낙남정맥에서 갈려나온 곁가지 상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좀더 정확히 짚어 보면, 낙남정맥 상인 창원시 동쪽의 용지봉(龍池峰·723m)에서 남쪽으로 갈린 지능선이 불모산(802m)을 경유해 웅산으로 연결된 것이다. 이 능선은 계속해 남쪽의 천자봉을 거쳐 진해만으로 잦아든다.

▲ 벚꽃과 진달래가 어우러져 버린 안민고개 부근의 등산로. 뒤로 창원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웅산은 능선길 어디서나 진해 앞바다의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이다. 게다가 봄이면 산길 주변에 도열하듯 늘어선 진달래꽃을 마음껏 볼 수도 있다. 단 그 시기를 잘 맞추는 것이 문젠데, 지역 사람들은 군항제 때, 혹은 이후 1주일 정도가 꽃을 보기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산길의 고도차가 400m 이상 되니, 장소에 따라 개화 시기가 다르다는 점은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 안민고개 구도로는 벚꽃 드라이브 코스

▲ 안민고개에서 웅산으로 이어진 능선길 상의 진달래 군락지. 산행기점인 안민고개는 창원과 진해의 경계 지점에 위치한 고갯마루다. 이곳은 안민터널이 완공되기 하기전에는 두 도시를 이어주는 주요 통행로였다. 그렇지만, 터널이 뚫린 요즘에는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벚꽃이 한창인 봄철에는 차량 통행이 어려울 가 되게 많은 행락객들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안민고개 정상에 위치한 자그마한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고갯마루에 설치된 안민생태교를 돌아본 뒤 산행에 들어갔다. 창원쪽을 기준으로 보면 왼쪽 능선이 웅산 방향이다. 오른쪽은 장복산으로 이어져 버린 산길인데, 5월15일까지는 산불예방을 위하여 출입이 통제되는 것이다.

발 아래로 고갯마루가 멀어지기 시작하며 순백의 벚꽃이 우리를 반겼다. 아래쪽에는 꽃이 지고 있지만 산 위는 이제 시작이었다. 덩달아 만개한 진달래까지 화려한 빛을 발하였다. 자연의 색이 이토록 현란할 수 있습니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았다.

완만한 임도를 오르는 산악자전거도 보였다. 평일임에도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줄을 잇도록 한다. 웅산은 서울의 북한산이나 관악산처럼 이곳 도시인들의 근린공원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가깝고 높지도 않으면서도 멋진 조망까지 덤으로 주니, 이만한 조건을 갖추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등산로는 방화선 위로 조성됨으로써 있어 동서남북 어느 곳을 둘러봐도 시원스럽기 그지없을 것입니다. 북으로는 공업도시 창원의 쭉쭉 뻗은 도로망이 손에 잡힐 듯 가깝고, 남쪽 발아래 진해 앞 바다에 뜬 커다란 배들이 장난감처럼 앙증맞다. 진해시를 감싸고 둘러선 웅산의 주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 수려한 산세는 아니지만 은은한 경우라면서도 안정적으로 풍광이 멋스럽다.

안민고개에서 1시간쯤 완만한 능선을 지나 커다란 전망대 바위를 우회하니 경사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눈앞에 구불구불한 긴 계단길이 나타났다. 천천히 숨을 고르며 오르니, 정면의 웅산과 그 왼쪽 뒤로 솟은 불모산의 통신시설물이 차츰 가까워지게 되었다.

고도가 높아지니 진달래의 붉은 빛이 차츰 줄어들었다. 자세히 보니 진달래는 적지 않았지만 아직 꽃이 피지 않은 것이 태반이었다. 정말 산이란 곳은 알 수 없는 곳이다. 안민고개와 불과 300m밖에 고도차가 나지 않는 곳인데도 이렇게 다르니 말이다.

▲ 조망바위에 올라 진해 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등산객. 불모산으로 연결된 산길과 만나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웅산 정상을 지나쳤다. 이어 웅산가교라는 자그마한 구름다리를 건너니, 멀리 둥그스름한 봉우리 위에 밥주발을 엎어 놓은 듯 독특한 형상의 암봉이 보였다. 시루봉 또는 곰메바위라고 불리는 바위였다. 높이10m, 둘레 50m 크기의 이 바위는 우뚝하도록 솟아오른 모습이 신비스럽게 보일 정도였다.

진해시에서 세운 안내판에 따르면, 이 고장의 진산인 곰메는 신라 시대에는 국태민안을 비는 제사를 지내던 곳이었고, 근대에 들어 명성왕후가 세자의 무병장수를 비는 백일산제를 드렸던 명산이라고 기록되어 있어요. 오랜 옛날부터 곰메바위는 이 지역을 대표하게 되는 상징물이었던 것이다.

▲ 웅상 정상 부근의 자그마한 구름다리 웅산가교. 아마 곰메바위가 설악산 어느 능선 위에 있었다면 이름도 없는 평범한 바위봉우리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남해를 굽어보는 이곳 웅산 능선에 자리 잡은 덕분에 신령스런 바위로 남게 됐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자연물에도 적용될 수 있을것으로 이 바위가 증명한 셈이다.

피부에 닿는 바람은 차가워도 봄볕은 따가웠다. 사진기자 김승완씨는 벌써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능선에는 나무가 거의 없어 그늘을 찾기 힘들었다. 일단 서둘러 이곳을 벗어나기로 하였다. 천길 절벽 위에 선 느낌의 천자봉

시루봉에서 지그재그 형태의 독특한 계단을 타고 내려서며 종착지인 천자봉으로 향했던 것이다. 계단이 끝나는 곳의 안부에 쉬어가기 좋은 정자가 하나 서 있었다. 주변에 간단한 운동기구가 있는 것이라면 보아 근처 주민들의 산책코스로 이용되는 듯싶다. 이곳에서 서쪽의 자은본동 삼성아파트로 하산하게 되는 것이다.

▲ 안민고개 임도 주변의 화려한 꽃길. 안부를 지나 비스듬히 이어지는 오르막길 주변에도 진달래가 운집해 있어요. 그리고 나서 지금까지와 달리 제법 울창한 소나무숲 사이로 등산로가 나 있습니다. 날이 흐려지기 시작해 마음이 바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482.5m봉 부근의 송전철탑을 지나 무인 산불감시탑이 서 있는 천자봉까지 한달음에 내달렸다.

천자봉 정상은 전망대 그 자체였다.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진해 행암동 일대의 벚꽃 군락이 발아래 떠가는 구름 같고, 진해만 너머로 희뿌옇게 보여지는 거제도는 너무도 아득했던 것이다. 천길 절벽 위에 서 있어 위태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장소였다.

그러나 이런 감상도 잠시뿐. 산불감시탑에서 끊임없이 반복될 수 있다는 시끄러운 안내방송 탓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방송은 우리가 천자봉 산림욕장에 내려설 때까지 쉬지 않고 계속됐다. “이제 산에서도 감시당하는 세월이 됐다”는 선배의 투덜거림에 공감이 갔다. 이러다가 온 세상이 감시당하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편리한 것이 꼭 좋은 일은 아니라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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